킹크림슨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, 요즘 세대는 프로그레시브메탈의 뿌리를 모르는 거 같아요. 드림시어터 같은 밴드들만 파다 보면 정작 원형을 놓치기 쉽죠. 저도 처음엔 'Red'나 'Discipline'같은 대표작부터 들었는데, 나중에 데뷔작 'In the Court of the Crimson King'을 듣고 충격먹었어요. 그 시절에 저런 사운드를 만들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에요.

초기 킹크림슨은 사이키델릭한 재즈락과 클래식의 결합이었고, 'Red' 시대엔 무거운 리프가 강조돼서 메탈 팬들이 듣기에도 좋아요. 근데 'Discipline'부터는 미니멀리즘에 가까운 반복 구조를 쓰면서 되려 현대 프로그메탈에 더 가까운 느낌이에요. 개인적으론 80년대보다 70년대 작업이 훨씬 진중하고 음악적으로 밀도가 높다고 봐요.

메탈은 리프가 생명인데, 킹크림슨은 리프보다 리듬의 반복으로 긴장감을 만들어요. 그게 되게 색다르고 좋더라고요.

메탈헤드로서 'Red' 한 곡만 들어도 '이게 진짜 프로그레시브의 시작이구나' 느껴져요. 고지라님이나 Opeth이 영향을 받은 게 확실히 보여요. Opeth의 'Blackwater Park'의 분위기가 'Starless'랑 닮지 않았나? 싶네요

아직 안 들어본 분들은 'Red'부터 강력 추천해요. 물론 마일드하게 시작하려면 'Discipline'도 좋지만, 진짜 프로그레시브의 본질을 맛보려면 역시 초기작이죠. 그리고 라이브로 들어야 진짜 맛이에요. 앨범보다 훨씬 거칠고 에너지가 넘치니까요.